큰일 날 뻔했다. 잠자다 말고 봉창 두드리는 소리 같지만 조용필의 공연이 하마터면 무산될 뻔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조용필의 단골 공연장이었던 이 극장이 앞으로 수개월동안 대대적인 보수 공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지난 1999년 이후 매년 연말 콘서트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최하던 조용필이 웬일인지 지난 해부터 체육관 공연으로 바꿨다는 것은 조용필팬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도 그의 격조높은 공연을 기대하는 일부 팬들은 조용필이 언젠가는 이 극장의 무대에 다시 설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특히 내년에는 데뷔 40주년을 맞아 멋진 무대를 마련한다는 데 혹시 준비하는 무대 중에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은 없었는 지 궁금하던 차였다. 그러던 중 화재사건이 일어났고 조용필은 이미 지난해부터 이 무대에 서지 않았는 데도 ‘불행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오페라극장하면 조용필이 연상될 정도로 그곳에서의 공연이 정말 특별했기 때문이다.


내년 데뷔 40주년을 맞는 조용필은 기념음반과 국내 투어, 미국 투어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내년 19집과 40주년 기념 음반을 각각 발표한다고 한다. 이 같은 대대적인 프로젝트의 전초전이 바로 오는 28일과 29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공연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조용필은 더 이상 아이들 스타도 아니고 인기 가수도 아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자주 쓰이던 ‘국민가수’라는 호칭을 쓰는 기자들도 거의 다 사라진 형편이다. 어느 신문은 그를 가리켜 ‘가요계의 맏형’이라는 표현을 썼다. 조용필과 동시대에 활동하던 기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호칭이 영 섭섭하기 짝이 없다.


기자가 섭섭한 것은 신문이나 기자들 뿐만 아니다. 그의 명곡들을 도무지 틀어주지 않는 라디오들이 더욱 야속하게 보인다. 조용필의 모습이 TV에서 사라진 것은 벌써 수년이 되었지만 라디오들은 얼마든지 그의 노래들을 틀어주며 그의 음악세계를 소개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조용필의 명곡들을 트는 라디오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게 요즘의 세태라 할 수 있다. 가요계의 트렌드가 아무리 다르고 유행에 따른 선곡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젊은 가수들과 젊은 팬들에게 그의 음악세계를 알려 배우도록 한다는 의미에서라도 그의 노래를 끊임없이 틀어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지론이지만 젊은 PD들과 기자들에겐 소귀에 경 읽기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조용필의 공연이 기다려진다는 간절한 마음을 털어놓으려다 이야기가 옆으로 빠지고 말았다. 누가 뭐래도 수많은 연말연시의 공연 중에서 누구나 한번은 꼭 봐야 할 만큼 조용필의 공연은 지상 최고의 공연으로 꼽힌다. 방송 출연을 안 한지 벌써 수년이 지났고 라디오에서도 그의 노래를 듣기가 어려워졌지만 특별한 홍보가 없어도 그가 마련한 무대의 객석은 언제나 만원이다.

90년대 초반 기자는 조용필의 일본 순회공연을 뒤따라 다니며 취재한 적이 있었다. 가는 데마다 만원사례였고 그가 ‘한오백년’이나 ‘간양록’을 부르면 대부분의 일본 여성팬들이 눈물을 쏟으며 훌쩍거리곤 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오사카를 거쳐 오카야마라는 곳에 당도했을 때 조용필이 난데없이 감기에 걸려 말도 제대로 못해 비상이 걸렸다. 공연시간이 30분 앞으로 닥쳤는 데도 그의 목소리는 도무지 나아지지 않았다.


기자는 내 일이라도 되는 듯 잔뜩 긴장해 애를 태웠다.  그러나 웬 걸. 막이 오르자 조용필은 전혀 딴 사람이 되어 며칠 전의 공연보다 더 열창을 하는 것이었다. 말도 제대로 못하던 사람이 무대에 오르니 전혀 딴 사람으로 변해 쉴 새 없이 명곡들을 뽑아내니 기절초풍할 노릇이었다.


기자에겐 불가사의한 일로 비쳐졌지만 그것은 목숨을 걸고라도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조용필의 초인적인 정신력이 이뤄낸 기적이었다. 그 만큼 무대에서는 철두철미한 조용필의 진면목을 비로소 깨닫는 순간이었다.


조용필의 무대를 보러 가는 청중은 3~40대가 주류를 이루지만 20대의 팬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미 50대 중반을 넘어선 아티스트의 음악과 공연을 새로 접하고 매료돼 생겨나는 새로운 애호가들의 증가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상이다. 심지어는 4~50대의 팬들이 10대의 자녀들을 대동하고 공연에 참관하는 예도 적지 않다.


대중가요로 추구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도전해 모두 이뤄낸 조용필의 공연에 더 많은 젊은 세대가 참여해 그의 다양하며 깊고 오묘한 음악세계를 새로 경험하고 함께 즐길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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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조용필,나훈아,조영남 - 젊은 가왕들.

    Tracked from 별들의 고향 2008/01/03 23:49  삭제

    이 풋풋한 청년들을 보라. 70년대의 어느 여름날, 카메라 앞에 모여 앉은 이 청년들은 사실 이때도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들이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세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을 본 것 기억이 기자에겐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이 함께있는 이 사진은 어쩐지 특별하다. 캐쥬얼 한 소년 같은 모습으로 앉아있는 조용필, 더 말이 필요 없을 정도의 세련된 훈남 나훈아, 그리고 예의 뿔테안경과 풀린 넥타이의 조영남. 이때부터 이미 이 세 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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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란토마토 2007/12/26 12: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용필님.. 존경합니다.ㅠㅠ
    죽을때까지도 제 최고의 가수로 남을 분..
    그분이 늘 행복하시길..

  2. 그리움 2007/12/26 15: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감사합니다.
    90년대 석기자님이 생생하게 전해주셨던 일본투어 취재기사 기억합니다.
    참 좋은 느낌으로 기억되는 기자분이셨는데, 이렇게 다시 글로 접하니 굉장히 반가운 마음에 댓글 남깁니다. ^^
    앞으로도 늘 좋은 취재 부탁드릴께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 길s브론슨 2007/12/26 15: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얼마만에 들어보는 노래인가?

    기~도하는 와~~
    조용필 옵빠부대의 탄성이 아직도 귀속에서 맴돈다.
    조용필...
    우리에게 마음의 여유와 낭만, 흥분, 안식을 주는 괴력을 지닌 가수다.

    중학교시절, 어느 겨울인가
    시골 마당에서 여물을 썰면서 라디오에서 듣던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때 매료된 나는 30년이 훌쩍 넘었어도 조용필을 좋아한다.
    1집에서 최근에 나온 테이프며 CD를 가지고 있으니...
    나도 조용필에 푹 빠진 사람이다.

    수원공연 때, 인천문학경기장 때, 여의도 KBS 홀에서...
    언제나 조용필 콘서트는 감동을 준다.
    이번 콘서트 가고 싶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4. 감동 2007/12/26 15: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슴 벅찬 무대를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언제까지나 영원하기를 ....

  5. dud 2007/12/26 19: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5주년 기념 공연 비맞으며 다섯시간 기달려봤다.. 감동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조용필의 매력에 빠져든다. 그의 소린 기교만 넘치를 뭇가수들의 그런 것과 차원이 다르다. 또 그의 생음악이 듣고싶다..

  6. 조용필짱 2007/12/27 01: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시는 나타날 수 없는 한국 최고의 가수이자 전설입니다. 올해는 예술의 전당 대신 예술의 전당과 비견될만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12월 초에 이미 공연을 가졌습니다. 40주년 공연도 기대됩니다.

  7. 그날을향해 2007/12/27 06: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용필님 같은 가수가 한 명만 더 있었어도 우리나라 가요계 침체는 없었을 겁니다. 영혼을 울리는 노래, 혼신을 다하는 정열, 그리고 갈 수록 진솔해지는 대 스타로써의 면모까지..

    사실 저도 나이 많지 않은 30대이고, 요즘 젊은 가수들 노래도 듣는 편이지만, 너무 비교되요.. 조금만 인기 얻어도 지들이 왕자, 공주라도 되는양 거들먹거리고, 노래는 노래 같지도 않은 것들이 외모와 홍보로만 승부 하려고 하고.. 그래 놓고도 음반시장 침체라고 맨날 떠들죠..

    조용필, 가히 '가요의 황제' 라는 칭호가 전혀 낯 간지럽지 않은 유일한 가수입니다.. 건강하시고, 의미 있는 공연 마무리 잘 하시길..

  8. 김희정 2007/12/27 09: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그분의 그런 놀라운 가창력을 사랑합니다.

  9. 메이데이 2007/12/27 1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건강하세요, 조용필 선생님 그리고 석 선생님....

  10. 석광인 인터뷰365 2008/01/08 12: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에 방문해주셔서 함께 추억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